자기 엿보기

자기 엿보기


나는 지금 가만히 내 속사람을 엿보고 있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타인이 나를 바라보듯 내면의 또 다른 나를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오랫동안 해 보지 않던 작업이었다.
시도하고 싶지 않았고 어쩌면 시도하기가 조금은 두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업이 어느 순간인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피할 수도 포기할 수 없는 입시 시험과도 같이 느껴졌기에 자신에게 되도록 솔직해 보려는 마음을 가지고 몇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고백한 이후로의 나의 삶의 변화와 진보에 관하여 정직하게 점검을 해 보는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와의 관계 가운데 자라가고 있는가?" 
"나는 처음 예수를 구주로 고백할 때보다 주님과 더 가깝게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한 가지 뚜렷하게 발견되는 것이 있다.

이전보다 예수님을 더욱 세련되게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논리적으로 알고 있다고 표현하는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예수님에 대해 설명도 더 잘 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또 다른 질문이 떠오른다. 그러한 나의 지식이 과연 예쑤님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는 것이다.

주님을 더 논리적이고 바르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이전보다 더 영성이 깊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느냐 하는것이다. 주님의 깊은 마음에 내 영혼을 드러내고 그 분의 삶의 모습이 내 속에 생활화되어지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 할수가 없다. 자라지 않고 정지된 채 굳어져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나하고는 상관없는 듯 은연중 무시하고 내 속에는 그런 것이 없는 듯 지나왔던 화석화되어가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내가 못 본 척 외면하고 바람인 듯 지나쳤어도 언제나 내 속에 웅크리고 틈만 나면 튀어나오는 또 다른 나를 부정할 수가 없다. 날마다 속되고 순간마다 이기적이며 말마다 교만하고 행위마다 부족한 나를 바라보게 된다.

가끔씩 마치 예수님을 알지 못하고 믿음이 없는 자처럼 자연인과 큰 차이가 없이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거룩함을 추구하거나 별종의 그리스도인을 내 속에서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잔잔하며 깊이 있는 영성이 없는 속사람을 바라보며 마음이 깊이 상한다.

세월이 자꾸 흘러 이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영적으로 어린아이구나. 영혼의 깊은 곳에서 흐르는 주님과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뿌리 깊은 영성이 없구나.
주님의 눈을 가지고 바르게 사물을 보고 바르게 판단해 나가는 영적 관조의 세계가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구나 너무 조급하고 너무 많은 것에 얽매이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속사람을 엿보다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문들이 있다.
내가 괜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문제일까?
주님은 나를 바라보시며 무엇이라고 말씀 하실까?
궁금한 것이 참 많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평강이 내 내면세계를 충만하게 채워 온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답도 아니고 금방 변하는 변신 로봇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꾸 엿보며 나를 점검해야 하겠다는 각오가 새로워진다. 
그리스도인 됨의 참 의미를 자꾸자꾸 되새겨 보기로 마음에 다짐을 해본다.

이제는 자주 자주 내 속사람을 엿보며 부끄럼움도 느끼고 고민도 해 보아야지 결심해 본다.

이런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을 생각하며 나는 나를 알 수가 없어서 다시 속사람을 엿본다.

정기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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