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매 순간 대화하는 일상

많은 사람이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매 순간 그 분의 임재를 느끼고 경험하는 삶을 갈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번 교회에 오고 예배를 참석하는 것만으로는 그런 삶을 누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뿐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묵상과 기도를 한다고 해도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가 무르익고 성장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진정한 관계의 성장은 매 순간 대화하는 삶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나님과의 대화는 일상 속에 계속되어야 한다. 삶의 모든 경험을 그분과 매 순간 나누고 공유함으로 하나님과의 친밀감은 발전되고 하나님의 임재는 일상의 삶 속에서 실제적으로 체험된다.

물론 정기적으로 묵상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하는 것은 매우 영적인 모습이고 분명히 유익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약속을 한 시간에만 우리와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 우리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의 교제를 원하신다. 우리의 모든 활동에 참여하시기를 원하시고 우리의 일상의 대화에 말없이 듣고 계시며 우리의 생각과 상상력뿐 아니라 우리의 매일 매일의 문제들에 개입하시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삶의 전 영역에 매 순간 함께 하시는 우리의 주인이신 하나님이지 우리가 필요할 때만 불러서 우리의 필요를 채우거나 우리의 요구를 들어 주는 하인 같은 하나님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 (살전 5:17)는 말씀은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분의 함께하심 가운데 그분과 대화하는 일상을 살라는 말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하나님과 독대해서 시간을 보낸다.”는 말의 의미를 일상을 떠나 홀로 고적한 곳을 찾거나 일상을 중단하고 소위 영적으로 집중하는 것만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고 우리도 그 본보기를 따라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과의 진정한 일상의 대화는 매 순간 지속되어야 한다. 아버지에게 말하는 자녀가 어느 일정한 시간을 구별해서 일정한 장소에서만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라. 과연 그 관계가 질 높은 친밀함으로 성장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쌓여가겠는가? 참으로 좋은 관계는 기회 있을 때마다 언제나 무슨 일이든지 함께 나누는 관계이다. 일을 하고 시장을 함께 가며 식사를 함께 하고 심지어는 잠자리도 함께 하며 지내는 사이가 바로 부모와 자녀의 사이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 속에 하나님과의 함께 함이라는 일상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가장 잘 실천했던 사람 중에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 Practicing the presence of God> 이라는 책을 쓴 17세기 수도사였던 로렌스(Brother Rawrence) 같은 사람이 있다. 그는 가장 평범한 일상 가운데 하나님과 매 순간 대화하고 산 사람이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 소소한 일 중이나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는 중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기도 하고 하나님과 깊은 대화 속으로 들어가 교제의 행복과 은혜를 누렸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열쇠는 바로 그가 하는 일을 바꾼 것이 아니라 동일한 일을 하는 데도 그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다르게 가졌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태도로 일에 임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예배를 잘 드리거나 묵상과 기도를 깊이 하기 위해 일상에서 격리되어야 한다는 생각과는 자세가 다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중 다수가 일상 속에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로렌스 형제는 특별한 영적 피정을 떠나거나 수련회를 참가하지 않고도 깊이 있고 질 높은 대화를 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즐기는 믿음의 삶을 살았다. 태도와 훈련의 문제라는 말이다. 삶의 매 순간마다 이미 그 자리에 계신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분에게 말을 걸어라. 그리고 그분에게 말하실 기회를 드리고 귀를 기울여 들으라. 그분은 언제고 반드시 들으시고 말씀하신다.  

정기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