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오래 참고

고린도 전서 13장 4절에서 사랑에 대한 첫 번째 정의를 “사랑은 오래 참고 Love is patient.”라고 말합니다. 어떤 면에서 참으로 예외적 정의이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에 대한 깊은 혜안을 주는 통찰력 있는 뜻풀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피상적 표현을 벗어나지 못하는 몽상적이고 낭만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세대가운데 하나님의 말씀이 진리임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인생의 본질이 배어있는 심오한 정의입니다. 우선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말은 환경이나 형편과 처지에 대한 인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인내는 언제나 관계적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날씨가 추운 겨울이 오면 고슴도치는 서로 부둥켜 안고 모진 냉기를 함께 견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곧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들 몸을 감싸고 있는 가시가 상대를 아프게 찌르는 것입니다. 가까이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그들은 생각합니다. 상대방 때문에 못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떨어지면 그들은 곧 깨닫습니다. 혼자서는 그 혹독한 추위와 냉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그들은 상대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보는데 결론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그래도 그 존재가 있어야 살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가까이 다가가 부둥켜 안아 보지만 또 다시 고통이 옵니다.

우리의 인간관계가 이와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적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래 참는 사랑은 낭만적 사랑보다 차원이 매우 깊고 높은 것입니다. 이유는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이나 느낌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성품에 닻을 내린 성숙한 사랑을 말합니다. 상대의 매력이나 아름다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한 농익은 성도의 희생적 헌신과 자기 포기가 포함된 영성에 뿌리를 둔 사랑입니다. 사랑이신 하나님께서 인내하신 그 인내의 사랑을 맛본 성도가 삶으로 표현하는 사랑입니다.  다시 말하면 개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론이 아니라 실재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랑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까요? 무엇을 인내해야 하는 것일까요?

첫째는 무엇보다 잃어버린 영혼의 구원과 관계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영원히 완전하게 소망이 없던 죄인인 나를 향해 그런 인내의 사랑을 실제로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제자인 나는 영혼의 구원을 위해 그분의 인내를 닮아야 합니다. 계속해서 복음을 나누고 전하며 소망 중에 영혼을 품고 그들이 구원에 이를 때까지 끝까지 기도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영혼의 구원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참고 기다려 주는 인내, 그게 사랑입니다.

둘째 상대의 결점과 성가신 일들에 대해 참아야 합니다. 바울 사도는 에베소서 4장 2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 서로 용납하고” 상대의 결점과 부족한 부분들을 서로 사랑가운데 용납하며 인내하는 것입니다. 인내가 고갈되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사랑이 바닥나면 관계에 위험이 옵니다. 그때 인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인내하는 한 여전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인내하는 사랑은 상대방이 하는 소리에 귀를 열고 경청합니다. 사도행전 23장을 보면 아그립바왕 앞에 선 바울이 그에게 “내 말을 너그러이 들으시기를 바라나이다. I beg you to listen to me patiently.”라고 부탁하는 것을 기록합니다. 사랑하면 경청합니다.

넷째로 사랑은 상대의 영적 미성숙을 인내합니다. 이 말씀은 특별히 교회 공동체가운데 실천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무리들의 영적 미숙함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그들이 서서히 자라가도록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들을 사랑하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랑은 상대의 잘못에 대해 참아 줍니다. 예수님은 상대를 용서함에 있어서 일흔 번씩 일곱 번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상대의 잘못에 대해 제한 없는 용서와 인내를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그게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정기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