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손길

치유의 손길

 

새벽 기도를 마치고 가까운 산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속세의 때가 배어 있지 않은 아침공기는 만물을 새롭게 느끼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습니다. 가끔 걷던 길인데 나무도 새롭고 풀들도 새롭습니다. 이름 모를 작은 야생화들과 거미줄에 달려 있는 이슬방울도 새롭게 느껴집니다. 가끔씩 눈에 띄는 캥거루 똥과 개미가 만들어 놓은 떡가루처럼 고운 흙더미도 신기해 보이고 새롭게 다가옵니다. 모든 것이 처음 있었던 것처럼 정말 새 기분이 듭니다. 나는 이 느낌이 좋아 가끔이지만 아침 일찍 산에 오릅니다. 얼마 전 산 전체를 처참할 정도로 할퀴고 지나간 산불의 상처들은 여전히 곳곳에 눈에 띄지만 모든 것이 새롭게 깨어나고 기지개를 펴며 지나간 아픈 과거를 잊은 듯합니다. 자연을 다스리시고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 21:5) 창조주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이 온 만물을 덮고 계신 것을 목격하며 새삼 감동이 밀려 옵니다.

 

아직도 불에 탔던 흔적들이 완연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화마의 무정함과 잔혹성을 다시 한 번 회상합니다.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나무들이 소화되었고 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은 심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심지어는 잡초들과 이끼까지도 화상을 입고 하얗게 말라 죽었거나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은 그들을 돌보고 계셨습니다. 치유하시고 새롭게 하고 계셨습니다. 놀랍고 신비한 생명현상을 허락하시고 역동적으로 치유하고 계셨습니다. 모든 것이 검게 변한 잿더미 속에 초록의 향연과 생명의 기적을 재창조하신 것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치유의 손길과 생명주심의 은혜를 바라보며 좋으신 하나님을 묵상합니다. 하나님을 피부로 숨 쉬게 하고 말없이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에 자신을 맡긴 산과 그 산속의 모든 것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인간은 때로 이 산처럼 깊고 심한 상처를 경험합니다. 관계의 파괴로 인해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과 삶의 고난이 할퀴고 지나간 흉측한 흔적을 안고 절망의 눈물을 흘립니다. 가정이나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이나 교회가 상처를 입을 때 어느 한 지체만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산처럼 그 공동체에 속해 있는 모두가 고통을 당합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한 몸이요 한 사람 한 사람은 지체의 각 부분을 이루기 때문입니다.(고전12: 26-27) 때로는 그 상처가 너무 깊고 아파서 과연 회복될 수 있을까 염려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생각입니다. 치유자가 되시는 하나님께서는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시고 성령님은 싸매시는 위로의 하나님이십니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전능하신 치유의 하나님이십니다.

 

인간은 문제를 만들어 내고 다른 사람의 문제를 들추고 상처를 주는 데는 능하지만 변변한 해결책이나 치유책 하나도 제시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인간적인 방법을 가지고 애를 쓰면 쓸수록 상처는 더 깊어질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온전한 치유를 원한다면 하나님께 돌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 분의 치유의 손길에 삶을 맡기고 조용히 그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인생은 감상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며 심한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는 사람이 한숨을 쉬며 탄식합니다. ‘아! 내 상처는 언제나 치유될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화마에 손상을 당한 산처럼 치유하시는 하나님을 기대하십시오. 산처럼 조용히 그 자리에서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을 기다리십시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새로운 생명의 싹이 돋아나 초록의 향연을 벌이듯 당신의 영혼 깊은 곳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치유현상이 곧 당신의 삶에도 푸른 치유의 기적을 체험하게 하실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며 상심한 자들을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그가 그의 말씀을 보내어 그들을 고치시고 위험한 지경에서 건지시는 도다 나는 너희를 치료하는 여호와임이라” ( 147:2-3; 107:20; 15:20)

 

정기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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