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조절계 신앙

온도계(Thermometer)는 밖의 온도에 따라 수은주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수은주가 올라가고 추워지면 내려간다. 외부 기온의 변화에 100%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온도계는 그래야 한다. 온도계는 그게 사명이다. 그러나 신앙은 그런 모습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신앙이 마치 온도계와 같은 사람이 간혹 있다. 추우면 내려가고 더우면 올라가는 수은주처럼 주변의 환경에 따라 수시로 너무 민감하게 변하는 신앙의 사람이다. 마치 널을 뛰듯 주변 사람들이나 상황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이다.

어느 날은 순교를 각오한 선교사적 신앙을 가지고 있는 믿음의 위인 같다가도 조금만 기분이 언짢으면 갑자기 신앙의 기본기도 갖추지 못한 불신자보다도 못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주변 사람들은 당황한다. 변화가 너무 심해서 위로하거나 도와 줄 방도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과 기분에 따라 주변 사람이나 교회 공동체를 불안하게 하기도 하고 때론 하나님의 일을 그르치게도 한다. 외부의 영향에 상관없이 자신의 영적 평정을 지킬 조절 능력을 갖추지 못한 온도계 신앙이기 때문이다. 믿음 이전에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이고 사탄은 이런 그들의 연약한 심성을 교활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 똑 같이 밖의 온도에 반응하는 기계 중에는 온도 조절계 또는 항온 장치(Thermostat)라는 것이 있다. 열전도에 의해 릴레이를 작동시켜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자동 온도 조절 장치이다. 온도 조절 장치는 밖의 기후가 추우면 그 추위가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보호한다. 밖이 아무리 더워도 그 더위가 안의 평균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조절한다. 그러므로 내부 속에는 언제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전체 기계는 안전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만일 무엇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이상 온도가 될 때에는 계기판에 신호를 보내 경고함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한다. 믿음의 사람들 가운데는 이런 온도 조절계 같은 신앙의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믿음 생활도 온도 조절계와 같은 신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밖의 환경이나 주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요동하고 변하는 신앙은 바른 신앙이 못된다.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체험한 깊은 영성에서 비롯되는 믿음의 주관이 없고 말씀에 기초한 확신이 결여 될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무엇을 거절하고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초차 모르는 것이다.

믿음이 성장하려면 주변과 환경의 변화를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영적 분별력을 가지고 차단과 수용의 분별력을 갖아야 한다. 참된 믿음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온도계 신앙인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걸어가는 믿음이라는 순례의 길은 천국 가는 그 날까지 한 순간도 바람이 멈추는 경우는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적 싸움이기 때문이다. 사탄은 우리에게 한 순간도 평안을 주려 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널을 띠는 경박한 성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탄은 자신의 계략에 놀아나는 그들을 비웃는다. 그러나 말씀 안에서 우리가 온도 조절계의 신앙을 갖고 주변과 환경을 영적으로 차단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안정감 있고 균형 있는 믿음의 걸음을 옮길 때 사탄은 감히 그 영혼을 범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정기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