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왕인 나라

손님이 왕인 나라

 

몽고에 단기 선교를 갔을 때 놀랐던 일 중 하나는 게르를 한 채씩 방문하면서 축호 전도를 할 때의 경험이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여전히 신선한 즐거움과 행복감이 밀려온다. 몽고는 유목민족으로서 예로부터 한 곳에 정착해 살기보다는 양과 말을 기르기 위해 초지와 풀을 찾아 여기 저기 이동하면서 살아왔다. 따라서 이러한 유목 생활 형태에 맞추어 이동하기에 편리한 천막 집을 주된 주거형태로 사용해 왔다. 나무와 양털을 주요 재료로 사용해서 조립과 해체가 손쉬운 천막형 가옥에서 산다. 이것을 몽골포 또는 게르(Ger) 라고 부른다. 우리 선교팀은 일정을 따라 어르겅이라는 고비 사막 가운데 있는 작은 마을로 사역을 떠났다. 그곳에서 어린이 주일 학교를 열고, 전도도 하고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을 나누어 줄 예정이었다.

 

우리가 묶으면서 활동할 집은 현지 성도를 통해 사전에 이미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두 시간 반 동안 눈 덮인 사막을 달려 도착한 후 머물기로 한 집을 찾아간다는 것이 그만 엉뚱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는 실수를 범하게 되었다. 안내원이 잘못 인도한 것이다. 우리는 방한복으로 두껍게 무장한 모습으로 많은 짐을 가지고 들이 닥쳤다. 영하 3,40도가 되는 그 겨울철에... 우리가 사는 현장은 호주 시드니이고 평균 영상 28도를 넘어서는 한 여름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경험하는 기온차이는 60도가 넘는 상태였다. 그들에게는 완전히 이방인들인 우리가 전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것이다. 그것도 아홉 명씩이나... 게다가 집 주인 여자는 아기에게 젖먹이고 있었다. 복장도 낯선 손님을 맞을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고 형편도 전혀 아닌 듯 했다. 집은 좁았고 모든 것은 자기 가족만을 위한 가장 편안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 상황 그 순간에 만났던 그 집 주인의 반응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우리를 맞이해 주는 것이었다. 그것도 우리의 사정을 듣더니 진심으로 환대를 해 주는 것이었다. 차를 끓여 내오고 가장 좋은 자리를 손님들에게 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날 하루를 자기 집에서 머물면서 우리가 계획한 활동을 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는 그 분이 그리스도인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분은 라마 불교 신자였다. 그런데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활동을 허락하고 모든 편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야말로 성령의 인도하심이었다.

 

그녀의 놀라운 친절과 환대에 풀리지 않는 궁금증을 가지고 통역에게 물어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러나 그들에게는 가능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 그들의 문화는 손님 중심의 문화이기 때문이었다. 자기 집을 찾는 손님을 절대 박대하지 않는다. 자기 집을 찾는 외부인에게 편리를 제공하고 최선의 대접을 한다. 조금 과장하자면 손님이 왕인 것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축호 전도를 위해 찾아간 대부분의 게르 마다 에서도 경험했다. 이 추억을 생각할 때마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생각한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런 문화를 본 받아야 하겠다. 부지중에 손님 대접을 하다가 천사를 만난 사람이 아브라함이다. 나그네(손님) 대접하기를 섭섭하지 않게 하라고 성경은 말한다. 몽고에서 게르를 방문 할 때는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언제고 들어가서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유목 생활을 하면서 형성된 나그네 접대 문화이다. 손님을 왕처럼 모시는 이타주의의 실천이다. 이웃과 담을 쌓고 지내는 현대의 폐쇄적인 문화는 어떤 면에서 비성서적이다. 장막생활 같은 나그네의 삶을 살면서 우리도 이런 나그네 대접의 원칙을 잘 실천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그게 성경적이다. 초대 교회의 모습이다. 그게 은혜를 아는 영적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다. 교회가 손님을 왕으로 모셔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가정들이 나그네들에게 그렇게 개방되어야 한다. 그 때 그들은 우리를 통해 진정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보게 된다.

 

정기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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