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검 승부

<때 빼고 광내고 가는 콘서트>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활발하게 활약했던 가수들을 초청해서 연 콘서트였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입장권이 주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호주라는 이국의 문화 속에 살아가는 이민자로서는 흔치 않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모처럼 통속적이며 대중적인 문화에 친밀하게 접촉했던 말 그대로 추억으로 떠나본 여행이었습니다. 대중 예술의 가치는 그 대중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좋아했고 즐겼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경험입니다. 나는 대중 문화를 천시하거나 경박하다고 경시하며 우아한 체하는 인물이 못 되는 게 행복한 사람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 대중 가운데 나도 끼어 서성이며 같은 시대를 살았고 또한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서양적이거나 고전적인 것만 품격이 있고 고상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대중 문화 속에는 당시의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고 나 자신의 모습이 함께 흐르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몇 대중 가수들의 귀에 익은 노래를 들으며 보낸 두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무대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들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노래를 하는 가수는 노래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담이나 만담만으로는 안 됩니다. 의상이나 무대 매너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수에게 있어서 진검은 노래입니다. 노래로 승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즈음 일부 여자 연예인들은 자기의 누드 집을 내는 것이 명성과 부를 얻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배우는 연기로 승부해야 합니다. 배우에게는 연기가 진검이기 때문입니다.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제품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식당은 음식 맛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학생은 공부로 승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 고유의 진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자기의 진검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진검을 갈고 닦아서 진정한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 진검 승부의 법칙을 적용할 때 그 사람의 가치는 빛이 납니다.

신앙 생활을 하는 성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도는 영성으로 승부하는 사람입니다. 믿음으로 승부를 짖는 것입니다. 잡다한 활동이 아닙니다. 혀의 재주가 아닙니다. 그럴듯한 형식이나 제스처가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세상과 구별되는 진실한 삶의 모습과 경건의 능력입니다. 영성과 믿음이 성도들의 진검입니다. 말씀을 믿음으로 그 말씀을 가지고 승리하는 게 진검으로 승리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성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그것이 섬김이든 헌신이든 말씀의 권세이든, 기도의 능력이든 영성으로 승부할 때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게 진짜 승리입니다.

성도로서 나의 삶을 뒤돌아 봅시다. 무대에서 노래대신 재담으로 때우려는 가수가 진정한 가수일 수 있을까? 배우가 연기 외에 다른 것으로 진짜 배우일 수가 있을까? 식당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그 식당이 잘 될까? 학생이 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어떤 핑계가 합리화 될 수 있을까? 성도가 영성 생활을 게을리 한다면 무엇으로 정당화될 수가 있을까? 말씀 묵상을 하지 않고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 성도는 진검을 빼앗긴 성도입니다. 영적 싸움을 힘 있게 싸울 수 없는 무력한 그리스도인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은 진검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리고 영적 전쟁을 위한 진검을 갈고 닦는 끊임없는 훈련과 연마가 있습니까? 그래서 언제고 진검으로 승부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신 갑주를 취하라 이는 악한 날에 너희가 능히 대적하고 모든 일을 행한 후에 서기 위함이라 그런즉 서서 진리로 너희 허리 띠를 띠고 의의 호심경을 붙이고 평안의 복음을 준비한 것으로 신을 신고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이로써 능히 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소멸하고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엡5:13-17)

정기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