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속의 축복

절망 속의 축복

서부 호주의 수도인 Adelaide에 들릴 기회가 있었다. 약간의 남는 시간을 이용해 일일 관광에 나섰다. 어둑한 하늘이 심상치 않더니 기어이 비가 내렸다. 처음 일정은 산에 올라 Adelaide시내의 전경을 보는 것이었는데 짙은 안개와 구름 때문에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 차례인 독일인들의 정착마을 Hahndorf로 직행을 했다. 다행히도 많은 비가 오지 않아서 마을을 둘러보고 이국의 정취를 맛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Hahndorf는 프러시아인들과 독일 이민자들에 의해 1839년에 개척된 마을이다. 유럽의 풍미를 그대로 잠시 맛볼 수 있는 아주 독특하고 즐거운 곳이다. 호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독일인 정착촌이다. 이곳은 호주의 짧은 역사에 비교할 때 제법 긴 역사와 유물과 문화를 제공하는 곳이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여전히 보존되고 있는 독일 고유의 문화와 유럽풍의 정취는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주도로를 따라 지어진 전통적 건물들과 100년도 넘게 자라온 느릅나무와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도시를 한결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장식해 준다. 특별히 1839년에 건축된 Hahndorf Academy는 초기 독일 이민자에게 문화, 학문, 예술 그리고 종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었다. 원래는 이름이 시사 하는 대로 주 수상들이나 정치가들 등 유명인사들이 자녀를 일부러 보낼 정도로 명문 사립학교로 쓰였던 건물이다. 그러나 지금은 Adelaide에서 손꼽히는 미술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들의 정착 이유였다. 지금부터 약 180여 년 전 독일에는 개신교도들에 대한 조직적 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 때 한 목사님이 박해를 피해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신천지를 향해 떠날 사람들을 모집했다. 그 때 모여든 한 무리의 개신교도들을 데리고 긴 항해 끝에 이곳에 도착해서 마을을 일구며 개척을 했다. 이것이 Adelaide를 교회의 도시라고 부르고 루터교회가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맨 처음 정착했던 사람들은 농부들이었다. 그들의 정착은 쉽지만은 않았다. 정착 초기의 성도들은 맨 먼저 교회를 세우고 자기들의 집을 지으며 땅을 일구어갔다. 여인들은 자기들이 생산한 치즈와 계란과 야채를 시장에서 팔기 위해 Adelaide 시내까지 밤을 새워 25Km를 걷는 것을 예사롭게 여겼다고 한다. 박해를 피해 온 사람들이 일군 아름다운 믿음의 도시, 믿음의 사람들의 근면과 성실로 이룩한 축복의 현장, 그곳이 오늘의 Hahndorf였다.

이 아름다운 Hahndorf를 걸어 다니며 박해와 고난 속에 믿음으로 미지의 땅을 행해 발걸음을 옮겼던 한 영적 지도자와 그를 믿고 함께 믿음의 모험을 감행했던 한 무리의 공동체를 생각한다. 믿는 자에게 다가오는 고난과 어려움은 결코 절망과 추락의 낭떠러지가 아님을 재삼 확인하며 용기를 얻는다. 성도가 경험하는 고난은 오히려 비전의 눈을 뜨게 하고 하나님의 축복을 바라보게 하는 믿음의 날개이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스스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을 하나님으로부터 기대하게 하는 믿음의 시험대이다. 믿음의 모험을 위해 헌신하게 하고 그 모험 속에서 하나님의 축복을 사모하게 한다. 어려움과 고난 가운데 있는가? 절망과 좌절의 장벽을 넘어 하나님의 세계를 보라. 창의적 도전과 개척자적 노력과 인내를 발휘하며 하나님을 기대하라. 하나님은 결코 자기를 믿고 기대하는 자기의 백성을 실망시키지 않으신다.

정기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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