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인생, 휴가인생

출장인생, 휴가인생

한때 조종사가 되기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사귀던 조종사들 중에 연세가 많으신 믿음이 좋은 장로님이 한분 계셨다. 
그때 나는 신학생이었고 그 분의 자제가 대학 후배라 간혹 그 분 댁에 들려 이야기도 나누고 식사도 대접받곤 했다. 그 분을 알게 된지 일년 후 장로님은 정년으로 퇴직을 하게 되셨다. 

처음에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씀하셨다. 
그것도 그럴것이 그분은 공군사관학교에 입학 후 오직 한 길을 걸어온 외길인생의 삶을 사셨다. 
젊었을 때는 국토의 영공수호 때문에 비행을 했고 민항에 입사한 뒤로는 직업상 평생 조종간을 잡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사신 분이다. 그러니 은퇴를 기뻐하며 즐거워하신 것을 충분히 이해 할 만 하다.

얼마 후였다. 휴가 온 사람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롭게 지내시려니 했던 그분의 삶이 그렇지 못하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을 하게 되었다. 부인 권사님이 말씀하셨다. 하늘에서 비행기 소리만 나면 고개를 쳐들고 멍하니 한없이 쳐다보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조종간을 잡았던 때를 생각하며 약간의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는 것 같다고 걱정스레 말씀하셨다. 건강도 나빠지고 정신력도 약해지는 것 같다고 염려가 태산이었다.

함께 장로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것은 인생은 무엇인가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 일도 안하면 곧 퇴보하기 시작할 뿐 아니라 더 속히 늙어간다. 휴가가 좋은것 같아도 그것이 길어지면 곤란하다.
적당해야 하는 것이다. 너무나 긴 휴가인생은 실상 불행한 인생이다. 출장인생처럼 사명이 있고 맡겨진 임무가 있을 때 건강하고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몇 달 후 그 장로님이 어떻게 다시 삶의 즐거움을 회복했는지 아는가?
비결은 그 어떤 명약도 아니었다. 그 분의 복직이었다. 항공사에서 경험이 많고 실력 있는 조종사들에게 촉탁근무를 시키는데 그 분에게 그 일이 주어진 뒤로 우울증을 비롯한 어두운 삶의 그림자들이 말끔히 사라진 것이다. 만날 때마다 예전의 자신감과 생기가 느껴졌고 힘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도들 가운데 봉사를 하거나 섬기다가 조금 힘이 들고 사람들에게 비난의 소리를 들으면 금방 사역에서 손을 떼는 분들이 있다. 그저 편하게 휴가 온 사람처럼 적당한 거리에서 믿음생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지쳤고 더 이상 그런 복잡함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은 바른 판단도 결정도 아니다.

믿음의 삶도 출장 온 사람처럼 사명과 임무를 가지고 있을 때 생기가 돌고 자랄 뿐 아니라 열매가 있게 마련이다. 

그리스도인은 출장 온 인생이다.

출장 보낸 하나님이 책임진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 가운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이 공급하시고 채우신다. 오히려 덤으로 그 과정 속에 휴가 온 사람처럼 새로운 영적 즐거움과 경이로운 하나님의 축복을 경험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휴가 온 것처럼 사는 사람은 조만간 그 영혼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휴가인생이 출장인생보다 좋은 줄로 착각을 한다. 참으로 어리석게 인생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간혹 성도들 중에 봉사와 섬김이 있는 신앙생활보다 마치 휴가 온 듯 부담없이 신앙생활을 하려는 분들이 있다. 위험한 모습이다. 조만간 그 신앙은 퇴보하게 되고 서서히 죽어버리기 십상이다.

출장 온 사람처럼 신앙생활을 권하고 싶다.
그때 신앙의 보람과 열매가 주어지고 믿음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정기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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