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는 괜찮나?

니는 괜찮나?

어느 목사님께서 설교 중에 말씀하신 예화입니다.
그 목사님께서 요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국민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어느날 체육 선생님께서 학습의 모든 학생들에게 운동복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날까지 운동복 값을 반드시 가지고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집안이 가난했던 몇몇 학생들은 그날까지 돈을 가지고 올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돈을 가지고 오지 못한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내서 한 줄로 세웠습니다.
돈이 없는 가난한 부모님을 둔 것도 서러운데 어린 아이들의 자존심은 걸레처럼 구겨졌습니다. 
선생님은 빚 독촉을 하듯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언제까지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일일이 물었습니다.
그때 그 목사님 차례가 되었습니다.
집안의 형편을 너무 잘 알았던 목사님은 "모르겠심더! 부모님이 가난해서예!"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 그 목사님의 눈에 불꽃이 일고 턱이 홱 돌아갔습니다.
선생님이 커다란 손으로 어린 목사님의 따귀를 후려 친 것입니다.
"가난한기 자랑이가?" 목사님은 입안이 터져서 피가 나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입을 앙물고 침을 삼켰습니다. 그렇게 비참한 꼴을 당한 게 목사님만이 아니라 몇 명이 더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악몽같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피가 섞인 침을 삼키던 목사님은 수돗가로 가서 터져서 쓰라린 입에 물을 모금고 헹구어 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목사님의 친구 하나가 다가왔습니다.
그 아이가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나?"
이때 목사님은 그 친구를 향해 성을 내며 소리쳤습니다.
"안 괜찮으믄 우짤낀데?"
생각과는 다르게 평소 친하던 친구에게 버럭 화를 내며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유는 그 아이는 학급에서도 소문난 부잣집 아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순히 그가 부자라는 이유로 너같은 부자가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아! 괜히 생각해 즈는 척 하지마! 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때 평소에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던 한 아이가 목사님처럼 터진 입을 헹구러 수돗가로 오며 턱을 감싼 채 물었습니다.
"괜찮나?"
부자 친구가 한 질문관 똑같은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목사님은 걱정스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목소리로
"니는 괜찮나?" 하고 되물었습니다.
평소에 많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목사님과 모든 형편과 처지가 같은 그 아이에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온유하고 친절하게 대꾸를 한 것입니다. 구겨진 자존심과 상처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처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괜찮나?" 물으시는 예수님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믿는 기독교 신앙의 중심 인물인 예수님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의 삶의 현실과 거리가 먼 분이 아닙니다.
그 분은 죄가 있거나 죄의 결과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는 결코 아니셨지만 우리와 똑같이 상처의 고통과 아픔을 겪으신 분이십니다. 히브리서는 우리의 구원자요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온전한 사람이 되셨음을 증거합니다.
그리고 그 분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고난과 고통을 통하여 온전한 희생과 구원자가 되셨습니다.
"그가 시험을 받아 고난을 당하셨은 즉 시험 받는 자들을 능히 도우실 수 있느니라"(히브리서 2장 18절말씀)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히브리서 4장 15절말씀) 여기에서 사용한 "동정"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우리처럼 함께 느끼고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너무 무거워 힘에 겨워서 견디다 못해 압도되고 결국은 그 짐을 떨어뜨리는 연약을 함께 느끼고 경험하는 것과 같은 것을 말합니다.
차이점은 우리는 죄의 유혹에 넘어가 실패 하지만 그 분은 결코 죄 때문에 실패해서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동정해서 함께 참여해 고통과 아픔을 겪으시며 이해해 주시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그 분이 "괜찮나?"하고 물어오시면 우리는 큰 위로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나와 같은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부자 친구보다 고통을 함께 겪은 가난한 친구에게 "니는 괜찮나?"하고 살갑게 묻던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수님은 나의 가난과 아픔을 함께 겪는 진정한 친구 입니다.

정기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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