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니까!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니까

 

오랜 세월 만나면서 교제를 갖고 친구로 사귀어 온 호주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한국인 부인을 두신 분입니다. 거의 100세에 가까운 삶을 사신 분이니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으신 인생에는 달관한 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건축 계통의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낸 분입니다.  2차 세계 대전도 체험하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1914년에서1918년까지 있었던 1차 세계대전을 전쟁터에서 직접 경험한 자기 아버지의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분입니다. 피부암이 몸 여러 곳에 퍼져 있어서 가끔씩 전문의에게 함께 가서 도와드리곤 했는데 그 의사 선생님의 아버지도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셨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면 그 이야기를 양념처럼 하곤 했습니다. 특별히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전투기의 뒷좌석에 앉아 기관총을 쏘는 사수였던 (Tail gunner) 것을 이야기 할 때가 되면 얼굴에 빛이 나기까지 하십니다. 의사 선생님도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호주 할아버지도 인생경험이 풍부했습니다.

이 두 분을 만나면 의사선생님과는 신앙이야기를 조금씩 할 수 있었는데 할아버지와는 신앙이야기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할아버지가 신앙이야기를 매우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경험으로 볼 때 교회가 그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를 좋은 목사라고 칭찬을 해 주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제가 물어 보았습니다. “왜 제가 좋은 목사라고 생각하세요?” 그랬더니 저를 놀라게 하고 부끄럽게 하는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제가 자기를 전도하려고 하지 않아서 제가 좋은 목사라는 것이었습니다. 호주 사회에서는 대화중에 정치와 종교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는 말은 듣고 있었지만 목사인줄 알고 목사이기 때문에 만나는데 자기에게 전도를 하지 않아서 좋은 목사라는 말을 하실 때 듣는 기분이 조금 야릇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서 그렇다고언젠가 이야기 하게 될 거라고그랬더니 그분이 안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I hope you will not.”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서로 웃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며칠 전에 그분이 입원해 계신 요양원을 (Nursing Home) 방문했습니다.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바로 한 달음에 달려간 것입니다. 도착했을 때 간호사가 할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아채우고 있었습니다. 밖에서 마쳐지기를 기다렸다가 간호사의 허락이 떨어져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저를 보자 반색을 하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중태인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셀제로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며 일상적인 인사를 나누며 이런 저런 신상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부가 자기 재산을 다 빼앗가기 위해 별짓을 다한다는 이야기부터 현재 묶고 있는 곳의 열악하고 불편한 환경과 일하는 분들이 얼마나 성의없이 자기를 취급하는지까지 불평하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개들도 자기처럼 취급받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 체념한듯 자기는 여기에서 죽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성령 하나님께서 제게 진한 감동을 주셨습니다. 바로 이때다. “할아버지, 제가 목사이면서도 할아버지를 오랫동안 만나고 섬기면서 한번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세요?” 그분은 아주 부드러운 음성과 눈으로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시니까!” 그리고 십자가에 나타난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을 통한 용서의 은총을 조용히 설명했습니다. 우리 인생이 붙잡을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며 감사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고 나면 바로 이 자리에 내가 누워 아마 그 구원의 주 예수의 사랑만 믿고 의지하며 영원한 천국을 고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억지로 참으려고 애를 쓰는 할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습니다. 그러나 그 고귀한 물방울은 그 무게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름으로 가득찬 할아버지의 얼굴을 타고 슬며시 흘러내렸습니다.

정기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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